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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10.31 12: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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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천상병(시인) / 나의 가난은


어느 날부터 나는 커피 향이 스멀거리는 마포의
옥외 커피점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천상병 시인은 박정희 정부의 간첩단 조작 사건인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치렀다. 간첩인 강빈구에게 공포감을 조성하여 막걸리값으로 오백 원, 천 원씩 받아 쓰면서도 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불고지죄, 반공법, 공갈죄 등 천상병에게 씐 죄명은 무시무시했으나 시인을 아는 이들은 실소했다. 그가 평소 지인들에게 막걸리값을 얻어 쓰며 낭인처럼 산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던 까닭이다. 천상병 시인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고 육 개월 만에 선고유예로 풀려나지만 모진 고문으로 폐인이 된 채였다.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라는 구절은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천상병 시인을 생각하면 의미가 남다르다.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평생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으면서도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품은 정녕 예사롭지 않다. 1연과 2연에서 반복되는 “다소”라는 시어에는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서러움도 없다는 시인의 인생관이 드러난다. 이 절묘한 시어가 없었던들 이 시는 자칫 자기계발서류의 객쩍은 행복론이나 가난을 신세타령하는 신파가 되고 말았을 터이다.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구(“나 하늘로 돌아가기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처럼 하늘로 돌아가기 한 해 전, 어느 문예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인은 가장 진실하기에 시가 문학의 왕이 된다고. 어렵지 않게, 쉽게, 솔직하게 쓴 시가 좋은 시라고. 그가 추구한 시의 정신대로 천상병의 작품은 쉬이 읽힌다. 쉽다고 해서 가벼운 것은 아니다. 도리어 어렵게 쓰기는 쉬워도 쉽게 쓰기는 어렵다. “가난은 내 직업”이라는 표현은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그 말속은 얼마나 무거운가. ‘햇빛의 예금통장’을 떠올리는 상상력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한 잔 커피”를 앞에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며 커피도 마시고 이따가는 가볍게 술도 한잔할 생각을 하니 다소 행복하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일이 다소 걱정스럽지만, 어쩌랴. 창밖으로는 찬바람머리의 바람이 씽씽 불고 있다.



[사진은 천상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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