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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03.07 15: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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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부(船夫)의 노래 / 오장환

커피 한 잔에 온 밤을 흥분한다.
죄그만 계집애를 보는 눈의 피로함이여! 싫다!
하건만 의지(依持) 없는 마음은 무거워 무거워 쇠갈구리 닻 모양, 회한의 구렁에 가라앉었고.

이 밤이여! 이 밤이여!
풍염(豐艶)한 멜로디와 춤에 얼리어
분별없는 스텝은 쇠약한 마음을 함부로 짓밟으며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축음기 바늘처럼 돌아가도다.

발길에 채이는 권태로다.
슬픔과 슬픔의 조약돌이여!
커피 한모금에 목을 축이어
이제 나는 누구와 비애를 상의해보랴
싫다!
젊음의 의기와 만용을 낭비한 다음
쇠잔한 마음속의 나의 청춘은 떠나갔거늘

배를 젓는 사공이여!
씩씩한 사람이여!
비린내에 젖은 어포(漁浦)에 표류하야 온 청춘의 항로를 그르치었고,
녹슬은 닻, 회한의 쇠갈구리는 어두운 해저에 잠기었거늘

우중충한 커피잔이여!
맑은 적 없는 붉은 다수(茶水)여!
누가 나의 녹슬은 회한의 닻을 감어올리랴
하롯날의 일과를 찻잔으로 계산해오며
스스로이 제 마음도 속여오거늘.



; 1918년 5월 5일 충북 보은에서 태어남. 1930년 안성 보통고등학교 졸업. 1933년 《조선문학》 11월호에 「목욕간」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 1935년 휘문고등보통학교 자퇴. 1936년에서 1939년까지 유학 차 일본에 체류. 1948년 2월 월북. 이상은 시인 오장환의 이력이다. 오장환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겠지만, 그는 당대에 서정주, 이용악과 더불어 ‘조선 시단의 3재(三才)’라거나 ‘시의 황제’라고 불렸던 뛰어난 시인이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서울의 김광균 시인을 찾아와 자신이 북에서 낸 시집 『붉은 깃발』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이후의 삶은 분명하지 않다. 몇 년 후 숙청되었다고도 하고 병사했다고도 한다.

오장환의 시에서 ‘항구’는 상징적 공간이다. 항구는 새로운 근대 문명이 들어오는 창구이자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오장환은 일제 강점기라는 현실 속에서 ‘항구’를 매혹과 경멸, 도취와 적의가 뒤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급작스레 유입된 근대 문명에 의해 빠르게 변해가는 식민지 조국을 보며 젊은 시인은 무엇을 느꼈을까. 위의 시에서 선부(船夫)의 입을 빌려 토해내는 내면의 고뇌를 보면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었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오장환의 다른 시에서도 항구는 탕자들이 우글거리는 퇴폐한 도시 문명의 상징적인 장소로 그려진다.

오장환 시인은 친일에 관련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1946년 시집 『병든 서울』을 출간할 당시 친일 행적이 있는 미당 서정주를 ‘친일파’라고 비판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는 오장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다. 이에 오장환 시인이 태어난 보은군을 중심으로 그의 전집 발간 등 다양한 문학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데, ‘오장환문학제’ 추진위원장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추진위원장으로 내정된 시인이 서정주 시인을 기리는 ‘미당문학상’의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충북작가회의는 “친일문학상 수상자가 충북에서 열리는 문학제의 추진위원장을 맡는다면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다.”라고 밝혔고,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당문학상’ 수상 경력이나 자격 문제는 문단 안에서 따지고, 먼저 오장환문학제를 치르기 위한 추진위원회부터 정상적으로 꾸려 행사에 차질을 빚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오장환 시인은 「선부(船夫)의 노래」에서 ‘커피’를 사색의 도구로 삼는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마음속의 괴로움과 슬픔과 비애를 돌아본다. “스스로이 제 마음도 속여오”며 살았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이 회한 속에 식민지 지식인의 번뇌가 깔려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걸리버 여행기』로 잘 알려진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커피는 우리를 진지하고 엄숙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 때문일까? 커피는 오랫동안 사색하는 자들의 말없는 친구였다. ‘오장환문학제’를 둘러싼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로 많은 커피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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