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 안태운
꿈을 꿨고 나는 눈을 떴지만 다시 언뜻 선잠에 빠져들어서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무슨 꿈이었지.
두어 개의 꿈을 꾼 것 같은데.
나는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본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꿈은…… 편지에 대한 꿈이었군.
꿈속에서 나는 한 사람과 카페에 있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우리는 편지에 대한 오해로 싸우게 되었는데,
그 오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 앞에 사람이 누구인지는 이상하게도 알 수 없었다.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에도.
그랬으므로 나는 책상에 놓여 있는 편지를 읽어볼 것이다.
편지에는 발신인과 수신인이 써져 있으리라.
내 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편지에 시선을 두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려 하는 찰나 그러나 그 사람은 편지에 커피를 쏟아버렸다.
미안해.
그 사람이 말했다.
편지는 온통 젖어 있다.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 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미안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태운
『감은 눈이 내 얼굴을』이라는 시집을 냈다. 봄비가 내리면 창문을 열어두고 집에만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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