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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02.06 13: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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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커피 / 정유경

엄마, 그 커피
착한 커피지요?
아프리카 어디더라, 그건 기억 안 나도
거기서 커피 만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어서 착한 커피라고
엄마가 어제 살 때 그러셨지요.
엄마,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여기 식탁이랑 냉장고랑 가스레인지랑 밥통도 착한가요?
여기 숟가락이랑 젓가락이랑 포크도 착한가요?
엄마가 들고 있는 그 머그잔도 착한가요?
내가 지금 마시는 이 우유는요?
착한가요? 착할까요?
이걸 만든 사람들은 행복할까요?
그리고 엄마,
나는요?
나도 착한 아이인가요?



  ; 이 시에는 ‘착한 커피’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다. “불필요한 커피 유통 과정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가깝게 연결함으로써 커피에 합리적인 값을 매기는 공정무역 커피를 가리키는 말.” 주지하다시피 ‘공정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 구조에서 생기는 부의 편중, 환경 파괴, 노동력 착취, 인권 침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무역 형태이자 사회운동이다. 우리나라도 십여 년 전부터 커피를 중심으로 공정무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요즘은 착한 커피를 표방하거나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한다는 커피숍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착한’ 커피나 ‘공정’무역이나 모두 좋게만 들리는 말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공정무역이 본래 취지와는 정반대로 기업들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천 원짜리 일반 커피 대신 이천 원짜리 공정무역 커피를 샀을 때, 커피 생산자에게 더 돌아가는 돈은 백 원 정도에 불과하고 그 나머지는 기업의 이윤이 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을 빌미로 기업이 ‘착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셈이다. 또한 제3세계 농가가 돈을 더 쳐주는 공정무역 품목의 재배에 몰리면서 생산 과잉이 일어나 오히려 피해를 보는 일도 잦다고 한다.

이런 일이 비단 커피에 국한되지는 않을 터이다. 냉장고 같은 고가의 전자제품부터 한 번 쓰고 버리는 나무젓가락까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나쁜’ 것들이 많다. 나라 안으로 눈을 돌리면 최근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건이나 끊이지 않는 노사 간의 분쟁 따위가 그렇다. 안타까운 건 많은 양심 있는 사람들의 착하고 공정한 행동이 몇몇에 의해 착하고 공정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꾸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 “나는요? / 나도 착한 아이인가요?”라는 이 시의 물음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건 그래서다.

「착한 커피」를 읽으며 나는 뜬금없이 백성이 한 명도 없는 왕을 상상했다. 더불어 살아갈 사람이 없으면 무소불위의 왕이라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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