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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10.01 11: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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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시인) / 터미널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강원도 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병원으로 검진 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벌써 버스에 오르셨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에 꼭 서 계신다

어느새 이 짐승 같은 터미널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리셨다.


§ 터미널이라는 제목이 절묘하다. 터미널은 온갖 것들이 쉼 없이 오고 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오가는 것은 단지 사람과 짐짝만이 아니다. 수없는 기대와 불안과 설렘과 추억 그리고 누군가의 젊음도 이 터미널을 스쳐 지나갔다. 화자가 일을 보러 간 아버지를 조마조마 기다리던 시간과 늙은 아버지가 묵묵히 아들을 기다리던 시간도 여기에 머물다 갔다.

어린 시절 나를 데리고 다니던 아버지를 인제는 내가 모시고 다닌다. 아버지를 믿고 기다리던 나를 인제는 아버지가 믿고 기다린다는 간명한 사실이 심금을 건드리는 이유는 거기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비애가 숨어 있기 때문일 테다. 늙은 아버지의 모습과 그런 아버지를 꼭 닮아가는 나를 떠올리면 애틋함과 무상감이 가슴을 두드린다. 어디 가시지 말라고 아버지께 신신당부를 해두고, 화자가 터미널 한구석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과 담배 연기는 그런 감정의 너울을 잠재우기 위한 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실외



이홍섭 시인의 시 「터미널」은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감정의 절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은 이렇다 할 수사 하나 없는 일상의 언어로 삶의 민낯을 보여준다. 누구나 경험하는 생로병사를 이야기하는 데 꾸밈이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군데,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터미널을 “짐승”에 비유한다. 소중한 존재를 늙고 병들게 하고 마침내 무(無)로 돌리는 시간의 엄혹함이 화자에게는 짐승같이 느껴졌던 것일까. 어느덧 나를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화자의 눈에는 세월 앞에 속수무책으로 놓여 있는 아버지가 짐승을 마주한 어린 생명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이미지: 사람 1명, 안경, ê·¼ì ‘ 촬영, 실외



[인물 사진은 이홍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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