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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7.12.11 14: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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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설탕 / 박소란

  커피 두 스푼 설탕 세 스푼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오 어쩌면

  테이블 아래   새하얀 설탕을 입에 문 개미들이 총총총
  기쁨에 찬 얼굴로 지나갑니다 개미는
  다정한 친구입니까 애인입니까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
  달콤한 입술로 내가 가본 적 없는
  먼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당신을 위해
  오늘도 나는 단것을 주문하고 마치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웃고 재잘대고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는
  불안이 통째로 쏟아진 커피를 마시며

  단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다정을 흉내 내는 말투로
  한번쯤 묻고도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입안 가득 설탕만을 털어넣습니다
  그런 내게 손을 내미는 당신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오 제발 다정한
  당신의 두 발, 무심코
  어느 가녀린 생을 우지끈 스쳐가고

  ; 우리가 자주 쓰는 ‘달달하다’는 말은 표준어가 아니다. ‘꿀이나 설탕같이 달다.’는 뜻의 ‘달달하다’는 방언으로서 강원도 강릉․충북에서 쓰이며, 경남․경북․함북 등에서는 이 말이 ‘감칠맛 있게 달다.’는 뜻으로 쓰인다. 방언이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일상 어휘가 된 것은 어떤 느낌을 표현하는 데 이 말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예 기사 따위에 흔히 보이는 ‘달달한 눈빛’이나 관용적으로 쓰는 ‘달콤한 키스’라는 표현을 떠올려보면 ‘달다’라는 말은 아기자기하고 간드러지고 또 편안하고 포근한 어떤 낭만적 순간을 잘 형용한다. ‘달달하다’는 이런 ‘달다’를 강조한 ‘다디달다’는 의미로 널리 정착되었다.

  박소란 시인의 시 「설탕」은 이 ‘달달함’ 이면에 숨은 진실을 묻는다. 이 시의 당신은 단것을 좋아하는, 달콤한 입술을 가진 사람이다. 이 입술은 실제로 단것을 먹는 동안 그것이 묻어 달콤해진 입술이기도 하고, 남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을 늘어놓는 교언영색으로서의 달콤한 입술이기도 하다. 시의 화자는 그런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라고. 단것을 좋아하고 듣기 좋은 말을 들려주는 것이 당신의 겉이라면 ‘다정’은 그런 당신의 속과 관련되어 있다. 어쩐지 화자는 달달한 당신을 앞에 두고도 ‘쏟아지는 불안’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신의 행동은 선의입니까? 내가 당신을 믿어도 좋겠습니까? 당신은 정말 다정한 사람입니까? 화자는 “입안 가득 설탕을 털어넣”으면서도 단맛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 “단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커피보다 더 많은 설탕이 들어간 그것을 커피라고 부를 수 있을까? 커피가 인생의 비유라면 커피 본연의 쓴맛, 즉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려야 할 고통과 아픔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저 단맛은 과연 좋은 것일까? 감각의 충동만을 좇는 삶은 곧 ‘당신의 두 발에 우지끈’ 밟힐 줄도 모른 채 ‘새하얀 설탕을 입에 물고 기쁨에 찬 얼굴’을 한 ‘개미’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 속담으로 치자면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이다. 듣기 싫고 귀에 거슬리는 말이 결국 이로운 것처럼 돌이켜보면 나를 성숙하게 한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쾌락이 아니라 좌절이었다. ‘웃고 재잘대는’ 일은 즐겁지만 그것이 슬픔과 좌절로부터의 도피일 때 삶은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는” 무엇이 되고 말 것이다. “내가 가본 적 없는 / 먼 곳의 이야기”를 꿈꾸는 건 좋지만, 그것이 내가 처한 ‘테이블 아래 개미들’을 외면할 때 운명은 언제고 우리의 “가녀린 생”을 짓밟아버릴 것이다. 온 세상에 ‘온정’이 넘치는 연말에 이 시를 읽으며 진짜 ‘다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당신은, 그리고 나는, 정말 다정한 사람입니까? 다정한 친구입니까? 다정한 애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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