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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7.12.08 16: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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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펴요? 커피 마실 때만요.

  짐 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커피와 담배다. 열한 개의 흑백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지키는 것은 이 둘뿐이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커피숍, 카페테라스, 호텔 라운지 등으로 공간이 바뀌어도 커피와 담배만큼은 화면 중앙을 터줏대감처럼 차지하며 영화 전체에 응집성을 부여한다.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커피와 담배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곧 화면 밖으로 흩어진다. 커피와 담배는 로베르토 베니니,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스티브 부세미, 스티브 쿠건 등 극 중 실명으로 출연하는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단편에 따라 인물, 사건,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만드는 서사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두세 명의 사람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 장면들에 생동감을 주는 것은 ‘말’이다. 영화는 각자의 욕망을 숨긴 채 피상적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부득불 만드는 어색함과 민망함을 공연(公然)히 드러낸다. 인물들은 빙판 위를 걷는 양 조심스레 말을 이어가지만 이윽고 보란 듯이 콰당 넘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손은 커피 잔과 담뱃갑을 향한다. 커피와 담배는 당면한 곤란을 면피하게 해주고, 미끄러지기만 하는 관계를 아교같이 붙잡아준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때로는 부조리하기까지 한데 그것을 무마하는 것 역시 커피와 담배다. 〈캘리포니아 어딘가〉에서 이기 팝(Iggy Pop)과 톰 웨이츠(Tom Waits)는―그렇다. 음악인인 그 이기 팝과 톰 웨이츠다.― 커피를 마시다가 다른 손님이 놓고 간 담배를 발견한다. 담배를 끊었다는 두 사람은 결국 커피 한 모금에 담배를 뻐끔거리며 정말이지 황홀한 표정을 짓는데―금연 중인 분은 결코 이 장면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이유가 황당하다. “금연의 장점이 뭔지 아나? 이제 끊었으니까 한 대쯤은 괜찮다는 거야.” 담배를 끊었기 때문에 한 대쯤은 피어도 괜찮다는 톰 웨이츠의 이상한 논리에 이기 팝은 이렇게 대꾸한다. “담배와 커피, 실로 오묘한 조화야. 거역할 수 없는….” 커피에 곁들인 끽연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자기 합리화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카페인 중독으로 손을 달달 떨면서도 몸에서 커피와 담배를 떼어놓지 못하는 영화 속 인물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난 11월 24일 ‘흡연카페’를 금연구역 의무지정 대상에 포함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표결 등이 남아 있지만 아마 흡연카페도 곧 일반 카페와 마찬가지로 금연구역이 될 것이다. 201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며 ‘식품접객업’에 속한 모든 음식점과 카페가 금연 시설이 된 이후 생겨난 흡연카페는 ‘식품자동판매기업소’로 사업자등록을 함으로써 금연 의무를 피해왔다. 종업원이 커피를 만들어주는 대신 손님이 직접 커피 기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게끔 한 것이다. 흡연 가능한 실내에 커피 자판기를 갖다놓은 셈이다. 흡연카페가 법의 사각지대였는지 흡연자 최후의 보루였는지는 차지하고, 앞으로 카페에서 커피와 담배를 함께 즐기는 일은 불가능할 듯하다. 이제 《커피와 담배》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영화가 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은 《커피와 담배》의 첫 번째 단편인 〈자네 여기 웬일인가?〉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와 스티븐 라이트가 나눈 대화 일부다. 현실이야 어쨌건 커피와 담배의 궁합만은 변하지 않을 테니 애연가들에게는 이것도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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