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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01.08 1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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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구광렬(시인) / 비 오는 날 화장실에서


오줌을 눈다

마지막 방울들이

링거 수액처럼 떨어질 즈음

몸이 떨리면서 드르륵 닫힌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나갔나

쫓겨나는 놈과 쫓아내는 놈

그들에게도 위계질서는 있는가

단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저 오줌 또한 나였으리

자판기 커피 한 잔이

내가 되었던 시간, 막이 내려지고

몸 밖, 아니 괄약근 밖으로 나오면

모두 구심력을 잃고 비릿해진다.


이 몸의 전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진가

창틀을 때리는 저 빗방울도

산발로 맞고 다시 카페인처럼

신경세포들을 흥분시키면 안으로 스미기만 하면

그 역시 몸이 되는 것인가

아님

순전히 쫓아내는 놈의 기분에 달린 것인가





: ‘나’는 누구일까요? 누군가의 아들딸, 형제자매, 친구, 연인… 어느 학교의 학생, 회사의 직원, 모임의 회원, 단체의 성원…. 우리는 곧잘 ‘나’를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거나 어느 집단의 일원으로서 소개합니다. 인간관계와 소속을 따져 상대를 판단하고는 합니다. 마치 그런 것들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나’가 관계망 속에서 혹은 어느 집단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럴 때 ‘나’는 여전히 ‘나’일까요?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대한민국을 덮친 경제 위기를 다룹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숱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믿기 힘든 현실. 내 몸처럼 여겼던 회사가 눈앞에서 파산하는 것을 보고,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경제 위기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이때를 지나며 우리는 ‘IMF’라는 생경한 말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구광렬 시인의 시 「비 오는 날 화장실에서」는 소변을 보는 이야기지만, 이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이 환기하는 현실은 만만찮습니다. “쫓겨나는 놈과 쫓아내는 놈/ 그들에게도 위계질서는 있는가/ 단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저 오줌 또한 나였으리”라는 구절을 읽으며 저는 앞선 생각들을 했습니다. 내 몸속에 있을 때는 나의 일부였던 오줌은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타자화됩니다. 그러고 보면 ‘나’라는 실체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세포는 매분 매초 사멸하고 또 생성됩니다. 물리적으로 몇 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존재입니다. 변하지 않는, 나를 구성하는 본질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몸의 전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진가”라는 화자의 의문은 정당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 허무를 견디기 위해 관계망에 포섭되거나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거기에서 정체성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이/ 내가 되었던 시간”은 곧 끝나고, ‘나’라고 믿었던 것들은 이내 “모두 구심력을 잃고 비릿”해진다는 것을.


‘나’는 누구일까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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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 작성자 s****

    작성일 20.01.31 11: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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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팸글 아침에 커피한잔과 함께 글을 접했습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하구요… 생각하게 되는 글입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존재의 이유를 관계 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것 같습니다.
    신선한 커피와 좋은글로 커피의 맛을 더 깊게 느낄수 있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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